지출통제와 체크카드

최종수정 : 2011-08-25 / 다시 작성해야 되는 글


이 글을 처음 보면 차례대로 다 읽자.

1. 개요

급여통장과 지출통장을 나누고 지출통장에 생활비를 따로 이체해서 사용하는 것은 돈 관리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것만으로 완벽한 지출통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면 곤란하다. 지출에 대한 사람의 욕구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 바로 지출통제를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의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신용카드는 우리의 돈을 쉽게 사라지게 만든다. 따라서 신용카드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주 결제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신용카드, 그런데 이 신용카드가 바로 현금흐름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신용카드는 사람들의 소비욕구를 충동질한다.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왜 큰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카드사에서는 신용카드의 여러 가지 장점을 열거하면서 고객들의 카드 가입을 종용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혜택으로 무장한 신용카드들이 쏙쏙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체크카드와 비교해 신용카드의 혜택을 따져보자.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현금을 사용하는 것보다 소소한 혜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유비 할인, 커피 값 할인, 영화표 할인 등은 대부분의 신용카드 혜택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일부 연회비가 비싼 신용카드가 주는 혜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할부 기능 역시 굉장하다. 고가의 물건을 저렴하게 느끼게 해줄 정도다. 60만 원짜리 고가의 물건도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입하면 매달 5만원만 결제하면 되는 식이니 그 정도면 하나 장만해도 큰 무리가 되지 않을 것 같다. 20~30만 원짜리 물건은 고민거리도 아니다. 그중에서 신용카드의 가장 강력한 혜택은 현재 지출 여력을 초과해서 더 많은 소비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수입이 없는 사람도 어떻게든 신용카드 한 장만 발급받으면 한동안 천국을 맛볼 수 있다.

반면, 체크카드는 어떤가?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불편한 점이 많다. 일단 신용카드에 비해 할인 혜택이 적다. 할부 혜택도 없다. 고가의 물건을 사고 싶으면 돈을 모아서 한 번에 결제해야 한다. 간혹 감당할 수 없이 강력한 지름신이 강림할 때가 있는데, 이때 체크카드로 큰돈을 쓰게 되면 바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와 한동안 거지처럼 생활해야 할 수도 있다. 통장 잔액이 체크카드 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이 없으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게 된다.

여기까지 읽고 ‘역시 신용카드가 체크카드보다 혜택도 많고 사용하기 편하군!’이라고 결론 내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끝까지 읽기 바란다. 이는 돈을 쓸 때의 편리함에 초점을 맞춘 비교이기 때문이다. 돈을 마음껏 쓸 수 있게 해주는 신용카드는 활발한 소비활동을 하는 데는 더없이 좋은 친구다. 반면 체크카드는 소비활동을 불편하게 만드는 골치 아픈 녀석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불편함이 바로 체크카드의 장점인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개별 결제건만 놓고 비교할 때는 많은 할인 혜택을 가진 신용카드가 체크카드보다 이득이 많아 보인다. 그런데 일정한 기간, 예를들어 한 달이라는 기간을 두고 비교하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가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된다. 많은 할인 혜택 덕분에 매번 500원이나 1,000원 정도의 푼돈은 아낄 수 있을지 몰라도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누릴 수 있는 편리한 지출방식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많은 돈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할부 기능도 마찬가지다. 할부 기능이 없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당장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없어 불편함을 느끼겠지만 그 물건이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꼭 필요한 것이라면 이름을 붙여 통장을 만들고 돈을 차곡차곡 모으자. 이렇게 하면 그 기간 동안 불필요한 지출도 줄일 수 있고, 저축하는 동안 다시 그 물건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 번 고민해서 신중하게 구매하게 되므로 만족감도 커진다. 물론 할부로 사는 것보다 구입 시점이 늦어지지만 그 사이에 더 좋은 신형 모델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도 신제품이 나오는 세상이지 않은가.

사실 돈이 없으면 지출을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신용카드는 이러한 상식을 뒤엎었다. 즉 돈이 없어도 소비를 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세상을 만든 것이다. 나는 신용카드로 인해 건전한 지출과 건강한 소비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말 그대로 빚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의 본질은 빚이다. 이는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기 싫어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신용카드로 지출하는 것은 미래의 내 통장에 들어올 돈을 현재 시점에서 빌려 쓰는 것이다. 고정수입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한도금액까지는 사용하는 데 제약이 없고 결제일이 되기 전까지 얼마를 사용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과소비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급여를 받아도 신용카드대금이 빠져나가고 나면 남은 현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를 다시 사용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길 바란다. 지출의 편리함은 소비활동에 상당한 만족감을 주지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급여의 일정액을 저축하는 건전한 돈 관리에는 독이 된다.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정말 돈을 모으고 싶다면 돈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야 한다.

물론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도 지출통제를 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근검절약이 몸에 밴 사람들로서 내 경험상 대한민국 국민 중 1%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미 신용카드의 잘못된 사용으로 지출통제에 실패하고 있는 대부분의 분들은 문제를 알았으니 잘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접고, 과감하게 신용카드를 버리고 체크카드를 사용하길 바란다. 물론 아직 신용카드로 자유로운 소비활동을 해본 경험이 없다면 한 번 도전해보는 것까지 말리진 않겠다. 단 대부분의 경우 지출통제에 실패한다는 사실, 그리고 신용카드로 익숙해진 소비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카드대금 상환을 위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3. 잔고통보SMS

교육학 책에는 ‘학습효과와 긴장감의 관계’라는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긴장감이 너무 낮거나 너무 높으면 학습효과가 떨어지고,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할 때 학습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내용이다.

시험 성적이 잘 나왔다고 해서 학습효과가 좋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쉽게 이해하기 위해 학습효과를 시험 결과로 바꿔서 생각해보자.

시험을 보는 날에 긴장을 너무 많이 하면 시험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다. 입시 위주 교육제도인 한국에서 많은 학생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평소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이라도 예민한 학생들은 긴장감을 이기지 못해 시험을 망치곤 한다.

그럼 긴장을 전혀 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나 역시 대학교에 입학해서 대학생의 자유로움과 낭만에 젖어 살다가 아무 긴장감 없이 중간고사를 치렀다. 왜 그렇게 공부가 하기 싫고 시험이 우스워보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당연히 결과는 느슨한 심신에 강력한 긴장감을 가져다줄 정도로 좋지 않았다. 역시 적절한 긴장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시험뿐 아니라 모든 일에 적용된다.

지출통제에도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장치가 있다. 바로 잔고통보SMS 서비스이다. 잔고통보SMS 서비스란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 결제금액과 남아 있는 잔고내역을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무료SMS서비스는 결제금액만나오고 잔고금액은 나오지 않으므로 차이가 있다.

체크카드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반드시 잔고통보SMS 서비스를 신청하길 바란다. 단순히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사용한 금액과 현재 지출통장에 남아있는 금액을 모르면 체크카드를 사용하더라도 지출통제 효과를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잔고통보SMS 서비스를 받지 않고 사용하는 체크카드는 무늬만 체크카드일 뿐 사실상 신용카드와 다름없다. 잔액이 없으면 결제를 할 수 없어 난처한 사태를 겪게 만드는 바보 신용카드인 것이다. 그런데 꼭 이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 집에 가서 잔고를 확인하는데요?”
“모바일 뱅킹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잔고통보SMS 서비스를 신청하는 진짜 목적을 모르는 것이 확실하다. 단순히 통장에 얼마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비스를 신청하라는 것이 아니다. 체크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문자가 바로 도착하기 때문에 문자알람과 함께 지출통제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또 잔고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므로 지출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 효과가 바로 잔고통보SMS 서비스를 신청하는 진짜 이유다. 잔고통보SMS 서비스는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효과적인 장치다. 500~1,000원이 아까워서 신청하지 않는다는 소리는 하지 말자.

4. 거북이 생각

사람들은 지출통제를 단순히 돈을 절약하는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출통제는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지출통제야 말로 돈을 모으기 위한 전제조건인 동시에 저축하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지출을 통제하지 못하면 일단 돈을 모으기 힘들 뿐만 아니라 돈을 모으기 위해 아무리 큰 금액을 저축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출목표를 약간은 빠듯하게 세우는 것이다. 막연히 매달 50~70만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70만 원을 지출비로 정하고 이에 맞춰 저축금액을 산정하게 된다. 나는 지출목표를 넉넉하게 잡는 것보다 60만 원, 또는65만 원으로 다소 빠듯하게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을 실천한다면 지출목표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이를 넘기지 않도록 노력하면 보다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는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는 급여통장과 지출통장으로 통장을 분리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지출통장에서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라는 것이다.
셋째는 잔고통보SMS 서비스를 신청하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만 실천하더라도 지출통제에 성공할 확률이 크다. 2~3개월 이상 지출통제에 성공했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이제 저축을 시작하자. 지출통제는 고정적인 저축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