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지출과 변동지출

이 글을 처음 보면 차례대로 다 읽자.

1. 개요

통장 쪼개기를 하고 체크카드를 사용하는데도 지출통제 효과가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출항목을 크게 소비성지출과 비소비성지출로 구분하고, 각각 다른 통장에서 출금되도록 조정하는 것이 통장 분리의 핵심이다.

2. 고정지출과 변동지출

고정지출은 다른 말로 비소비성지출, 변동지출은 다른 말로 소비성지출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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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여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부부의 경우 지출항목이 더 늘어난다. 위의 표에 제시한 부부는 부부 중 한 사람이 살림을 책임지는 경우이고 각자 관리하는 경우에는 부부 용돈으로만 구분한다. 부부 용돈에 식비/외식비, 의복/미용비, 교통비, 휴대폰 요금, 문화생활비 등 모든 지출항목을 포함시킨다는 뜻이다.

이렇게 항목을 구분하고 각각 필요한 금액을 정하고 난 뒤에는 비소비성(고정) 지출은 급여통장에서, 소비성(변동) 지출은 지출통장에서 빠져나가도록 조정하자. 모든 지출을 지출통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비소비성 지출과 소비성 지출로 나누고 비소비성 지출은 급여통장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급여통장 외에 비소비성 지출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정리할 수도 있다.

3. 구분의 필요성

비소비성(고정) 지출과 소비성(변동) 지출로 나누고 각각 다른 통장에서 금액이 빠져나가게 하는 것은 참 번거로운 일이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렇게 구분해야 급여통장, 지출통장, 비상금통장으로 통장을 분리한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힘들게 통장 정리를 한 것은 현금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출을 통제하기 위해서이다. 지출통제란 불필요한 지출, 즉 줄일 수 있는 지출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줄일 수 있는 지출항목은 비소비성 지출항목이 아니라 소비성 지출항목이다. 예를 들어 부모님께 매달 드리는 용돈, 매달 빠져나가는 보장성보험료 등의 비소비성 지출은 아낀다고 해서 줄일 수 있는 성격의 지출항목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지출항목이 소비성 지출항목과 섞여 있으면 현재 사용 가능한 돈이 더 많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지출을 부추긴다. 돈이 많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돈을 쓰고 싶은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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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지출예산 70만 원 중 35만 원이 비소비성(고정) 지출이고 35만 원이 소비성(변동) 지출이라고 가정하자. 왼쪽 그래프는 비소비성 지출과 소비성 지출을 구분하고 각각 다른 통장에서 이체되게 했을 경우이다. 지출통장은 처음부터 70만 원이 아닌 35만 원에서 시작한다. 한 달 동안 특별한 문제없이 35만원 내에서 지출통제가 이뤄질 확률이 높다. 통장을 급여통장, 지출통장, 비상금통장으로 분리하고 체크카드를 발급받고 잔고통보SMS 서비스를 신청해서 잘 활용하고 있다면 말이다.

오른쪽 그래프는 비소비성(고정) 지출과 소비성(변동) 지출이 섞여 있을 경우다. 8월25일에 급여를 받고 10일 후인 9월 5일에 모든 비소비성 지출이 빠져나 간다고 가정했다. 문제점이 보이는가? 이 경우 9월 5일에 빠져나가게 되어 있는 비소비성 지출 35만 원이 지출통장에 있는 동안에는 70만원을 기준으로 지출을 하게 된다. 어차피 나갈 돈이라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으나 지금 당장은 돈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9월 5일에 35만 원에 달하는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어떻게 될까? 그래프의 기울기가 완만하게 바뀌는 것처럼 남은 날 동안에는 굉장히 아껴 써야 한다. 처음부터 남은 돈은 35만원이라고 생각한 왼쪽 그래프와 비교할 때 지출통제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정말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관성에 따라 지금까지의 소비습관을 버리기 힘들기 때문에 웬만한 의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존의 지출 속도를 유지하다가 잔액이 바닥을 치게 되면 슬슬 비상금에 손을 대게 되는 것이다. 앞의 오른쪽 그래프에서처럼 상당히 낮은 기울기에 맞춰 지출을 줄여가며 9월25일까지 버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4. 자동이체일 선택

급여일에 지출통장으로 소비성 지출-생활비를 자동이체하고, 저축과 투자, 비소비성 지출은 급여일로부터 최소한 5일 안에 자동이체가 되도록 설정하는 것이 좋다. 단기간 내에 각종 이체를 집중시키면 현금흐름을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간혹 통장에 돈을 오래 두면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봐야 이자가 얼마나 될까? 어차피 나갈 돈은 빨리 내보내서 자산현황을 파악하고 다음 급여일까지는 지출통장, 소비성 지출통제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좋다. 괜히 남겨뒀다가 돈을 쓰게 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이것이 바로 소탐대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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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타 참고사항

(1) 자기계발비(학원비)와 사교육비
자기계발비와 사교육비는 비소비성 지출일까, 소비성 지출일까? 애매한 측면이 있다. 성격상 비소비성지출이지만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비소비성 지출에 포함시킨 것은 단순히 소비성 지출에 포함시키면 앞서 언급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문제로 비소비성 지출항목에 포함시키는 것이므로 이 항목들, 특히 사교육비는 줄일 수 없다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 물론 자신의 상황에 적절한 자기계발비(학원비) 지출은 필요하다.

(2) 휴대폰 요금
휴대폰 요금 역시 애매한 측면이 있다. 비소비성 지출과 소비성 지출 구분 기준으로 보면 비소비성 지출이 맞다. 그런데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휴대폰 요금을 얼마든지 줄일 수도 있고 늘릴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휴대폰 요금이 어느 통장에서 빠져나가느냐에 따라 사람의 생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휴대폰 요금이 급여통장에서 빠져나갈 때는‘흠, OO,OOO원 나왔네?’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반면, 휴대폰 요금이 지출통장에서 빠져나갈 때는‘아, 휴대폰 요금이 많이 나와서 이번 달 생활비가 줄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다.

휴대폰 요금을 비소비성 지출로 보고 급여통장에서 나가게 하면 대부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소비성 지출로 보고 지출통장에서 나가게 하면 바로 휴대폰 요금이 많이 나올 때 체감이 달라지는것이다. 왜냐하면 변동지출 35만 원 중 휴대폰 요금으로 5만 원을 가정했는데 10만 원이 나왔다면 그 외 사용 가능한 30만 원이 25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휴대폰 요금을 무리하게 줄이라는 말은 아니다. 인간관계가 단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해 생각하자.

참고로 정액요금제를 사용한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비소비성 지출로 반영하면 된다.

(3) 경조사비
경조사비는 이론적으로 애매한데 기술적으로는 소비성 지출항목에 가깝다. 그런데 소비성 지출에 포함시킬 경우 경조사가 많으면 비상금통장에서 지출하게 돼 비상금이 줄어들고, 경조사가 없을 때는 그렇다고 지출통장에 경조사비만큼 돈이 남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 쓰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경조사비는 비상금통장으로 매달 일정금액을 보낼 것을 추천한다.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지출통장으로 이체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단, 경조사비 역시 무리하게 줄이려고 노력할 경우 인간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아니 확실히 단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