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보험의 문제점

이 글을 처음 보면 차례대로 다 읽자.

1. 개요

비과세 저축보험은 보험사의 저축상품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보험사의 장기적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로 보험사 영업사원을 통해 판매되다가 최근엔 은행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다. 2007~2008년 펀드 광풍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그라진 후 그 빈자리를 저축보험이 파고들었다. 특히 휴대폰으로 저축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 도대체 은행과 보험사에서 그렇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비과세 저축보험의 정체는 무엇일까?

2. 장점과 단점

저축보험의 장점과 단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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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축보험의 장점

저축보험의 금리는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의 예/적금금리보다 높고, 저축은행의 예/적금금리와 비슷하다. 저축보험은 장기상품이므로 예금금리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이자지급방식에는 단리와 복리가 있는데, 단리방식은 원금에 대한 이자만 지급하는 반면 복리방식은 이자에도 이자가 지급되어 점점 쌓이는 구조라 복리가 더 유리하다. 그런데 일반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의 상품 대부분이 단리방식으로 운용되는 반면 저축보험은 복리방식으로 운용되므로 이 역시 장점이다.

이자소득에는 원칙적으로 15.4%의 이자소득세가 원천징수된다. 그래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예·적금에 가입할 경우 제시된 금리에서 15.4%의 세금을 제외한 세후금리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저축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세 가지만 보면 비과세 저축보험은 좋은 상품처럼 보인다.

(2) 저축보험의 단점

보험사의 모든 상품엔 사업비가 있다. 저축보험의 사업비는 일반적으로 납입금의 약 10%이다. 이는 월 납입금액이 20만 원인 저축보험에 가입하면 사업비 2만 원을 제외한 18만 원이 실제로 운용된다는 뜻이다. 납입금액의 10%를 보험사에 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정도 비율은 앞서 언급한 금리나 복리, 비과세의 혜택을 단번에 퇴색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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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축보험은 3년 만기나 5년 만기 등 비교적 단기로 운용되는 상품도 있지만 비과세 혜택을 위해서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불입해야 하는 장기상품이 많다. 10년이란 기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장기간일수록 큰 복리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기간 동안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과거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 살펴보면, 10년이란 기간을 두고 투자할 경우 손해가 발생한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아주 큰 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저축보험 가입의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3. 저축보험 vs 예/적금

보험상품의 인상적인 사업비를 보면 저축보험이 좋지 않은 상품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론만으로는 부족하다면 실제로 저축보험에 가입할 경우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계산해보자. 이를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종자돈 마련 수단, 즉 정기적금과 정기예금을 반복하는 것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비교를 위해서는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야 하는데 저축보험의 복리를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에 적용하면 1년 만기 적금에 가입한 후 만기가 되면 원리금을 그대로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다시 1년 만기 적금에 가입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과 같으므로 이를 적용해서 계산했다. 정기예/적금은 연 금리 5.2%, 저축보험은 공시이율 연 5.2%인 K사 A상품이라고 하자. 그리고 월 10만 원씩 20년간 저축을 할 경우 정기적금과 정기예금은 1년 단위로 신규가입을 한다고 할 때, 매년 이자소득세가 15.4% 발생한다. 이를 그래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현재 금리 조건을 대입시켜도 결과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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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는 10년이라는 기간 동안의 수익을 표시한 것이다.‘ 정기적금+정기예금’의 평가금액이 저축보험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데 과연 저축보험의 평가금액이 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물론 10년이 지나면 저축보험은 비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언젠가 역전될 수 있다. 정기예·적금은 1년 단위로 계속 운용할 경우 매년 이자소득세 15.4%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단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저축보험은 복리와 비과세로 인한 장점보다는 사업비로 인한 단점이 더 큰 상품인 것이 확실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원금의 10%에 달하는 금액을 사업비로 떼이는데 무슨 수로 이 차이를 극복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저축보험의 경우 약 6개월까지는 평가금액이 0원이고 약 7년이 지나야 평가금액이 원금보다 많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려 7년, 일시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긴시간 동안 평가금액이 원금보다 적은 금융상품인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4. 해약환급금의 문제점

“원금 회복하면 해약해야지.”저축보험에 가입한 많은 사람들이 섣부른 결정을 후회하며 하는 말이다. 과연 합리적인 선택일까? 어떻게 평가금액이 원금보다 적은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 그 해답은 저축보험의 사업비구조에 있다. 저축보험은 보험을 해약할 때는 가입기간과 상관없이 7년 치 사업비 중 일부를 차감한 후 돌려준다. 6개월 후 해약하든 1년 후 해약하든 상관없이 차감하는 사업비 총액은 동일하다. 자그마치 7년 치다. 완전히 도둑놈들이다. 아래 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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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보험사의 저축보험에 가입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해약하면 해약환급금이 0원이다. 차감되는 사업비가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 60만 원보다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급률이 조금씩 올라 7년이 지나면 100%를 넘어선다. 이렇게 환급률이 올라간다고 해서 손해가 줄고, 환급률 100%를 넘어섰다고 해서 원금이 회복된 것일까? 위의 저축보험상품의 사업비 중 미리 차감되는 부분이 8%라면 다음과 같이 차감되는 사업비를 계산할 수 있다.

월 보험료 10만 원 × 8% × 12개월 × 7년 = 67만 2,000원

가입하는 순간부터 60만 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제 위의 표에서‘원금-해약환급금’항목을 살펴보자. 이는 말 그대로 현재 손해금액을 뜻한다. 거의 60만 원대가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급률이 올라가는 것은 손해는 일정한데 원금이 증가함에 따라 나타나는 착시효과일 뿐이다. 그리고 4년째부터 이 수치가 감소하는 것은 이미 쌓여 있는 금액에서 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이지 손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7년이 지난 후 환급률이 100%가 넘었다는 것은 원금이 회복되었다기보다 7년 동안 발생한 이자가 처음에 차감된 사업비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만약 사업비 없이 납입한 보험료가 모두 운용되었다면 좌측의 정기예/적금의 원리금처럼 140만 원이 넘는 이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정말 화나는 일 아닌가?

5. 기회비용

저축보험 가입으로 인한 손해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단순비교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 앞에서는 수치적인 비교를 위해 저축보험과 정기예금에 정기적금을 더한 것을 비교했다. 그런데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나 되는 장기일 경우에는 저축보다는 투자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만약 저축보험과 적립식펀드를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투자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과거 기록을 토대로 생각해볼 때 최소한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적립식펀드에 투자한다면 더 많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 투자에 성공한다면 정기예/적금과 비교했을 때보다 더 높은 평가금액을 얻을 수 있다. 참고로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면 역시 비과세다. 또 20~30년씩이나 유지해야 하는 장기상품에 가입할 바에야 기왕이면 연금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은퇴준비를 위해 충분한 금액을 저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금상품에 가입하라는 말은 아니다. 저축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연금상품이 낫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저축보험에 가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그럼 이미 가입한 사람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정상적인 사람이 저축보험의 단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저축보험에 가입하는 일은 없다. 거의 모든 사례가 사업비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 [보험 > 불완전판매 대처] 내용을 참고하여 품질보증제도나 민원해지를 통해 최소한 원금을 돌려받도록 노력하자.

품질보증제도나 민원해지를 통해 원금을 돌려받는데 실패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의 표를 기준으로 저축보험을 2년간 유지하고 해약한 후 해약환급금은 3년 만기 정기예금에, 매월 10만 원은 3년 만기 정기적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하고 평가금액을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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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약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저축보험 상품에 따라, 보험료 납입방법에 따라, 금리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도토리 키재기일 뿐이다. 저축보험을 해약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금전적인 것뿐이 아니다. 이를 통해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종자돈 마련을 위한 저축계획이 체계적으로 자리잡힌다면 20~30년을 바라보면서 눈에 보이는 종자돈 마련과 자산증식을 이룰 수 있다. 저축보험을 통해 모으는 돈은 무늬만 내 돈이지 나를 떠난 돈이나 다름없다.

6. 거북이 생각

잘못된 판단으로 가입한 보험은 즉시 해약하는 것이 상책이다.고민하면서 결단을 미룰수록 점점 더 기회비용이 커지고 결단을 내리기 힘들어진다. 해약하면 손해가 발생하고 해약하지 않으면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 이미 집값이 하락했는데 안 팔리는집을 원래 가격을 고수하며 버틴다고 손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가입하는 순간 이미 사업비는 모두 차감됐다. 그냥 깨끗하게 포기하자. 해약환급률이 올라가는 착시효과에도 절대 속지 말자. 그리고 저축보험은 장기로 유지할수록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장기로 유지할수록 좋지 않을 상품이 어디 있겠는가?